칼 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를 읽다 마지막 장에서 ‘죽음에 이르는 분쟁들의 통계학’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영국의 기상학자 리처드슨은 전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전쟁을 일으키는 요인을 찾으려고 했다. 그는 전쟁과 날씨 변화에 모종의 유사성이 내재함을 발견했다. 그는 전쟁과 날씨가 모두 매우 복잡한 현상이지만 모종의 규칙성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쟁은 화해와 이해가 불가능한 증오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니라, 일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해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자연 체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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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20년부터 1945년까지 있었던 전쟁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 어떤 규모의 전쟁이 발생하는 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에 대한 그래프를 만들어 내었고 과거의 자료를 통해 앞으로의 전쟁이 언제쯤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을 그려냈다.
리처드슨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숀 고울리가 이야기하는 전쟁의 수학’이라는 TED강의를 찾게 되었다.
뉴스에서 뽑은 데이타를 그래프에 좌표로 그려본 결과, 숀 고울리와 그의 팀은 현대 전쟁의 본질에 관한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는데 어쩌면 이 연구결과는 국제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사용될지도 모른다.
숀 고울리와 그의 팀은 전쟁에 대한 뉴스를 종합해 공격과 죽은 사람의 수에 대한 정확한 수학적인 분포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왜 전쟁에 이런 질서가 있는지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곧 다른 전쟁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그 패턴이 곧 반란군의 조직 구조와 그룹 역동성 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전쟁에서 상황은 계속 변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반란군은 사라지기 마련인데 적응한 반란군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정보들을 통해 반란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는지, 반란군의 조직정도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대한 예측과 평가가 가능할 거라는 전망을 한다.
앞서 리처드슨의 연구에서 전쟁에 대한 통계학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전쟁이 사람들의 증오 때문이 아니라 어떤 경향을 보인다는 개념 자체가 새로워 흥미를 가지게 덨아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기본 전재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전쟁은 증오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에서나 시작해 정치와 종교의 탈을 쓰고 살육을 정당화한다. 리처드슨은 전쟁에서 인간의 책임을 날씨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건과 연관시킴으로서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느낌이 드는건 지나친 생각일까. 그에 비해 숀 고울리의 연구는 의미와 관계없는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고 그곳에서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이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미로부터 현실적인 도움을 찾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도 좋은 연구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코스모스의 마지막장에 따르면 전쟁에 투자되는 비용은 점점 늘지만 전쟁 억지를 위한 투자액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고 한다. 이런 분야에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