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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에서 빌 비올라 개인전을 보았다. 그의 작품들을 실제로 미술관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다른 비디오아트 작업들과는 다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여러 작품들에서 받을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Mirage시리즈중의 The encounter라는 작품은 사막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찍은 시리즈인데, 아지이를 그렇게까지 자세히 본 적이 없어서인지 10분이 넘는 상영시간과 그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신기하게 쳐다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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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은 처음엔 일렁거리는 장면의 한 점이었다가 어느 순간 배경과 사람은 분리가 되는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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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가까워 진 사람의 모습을 뒤로 한 아지이는 마치 거울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아지이임을 알지 못했다면 저기 얕은 물이 고여있는게 아닐까 하는 강한 착각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킬만하다. 과연 어떤 원리일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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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이에 의해 일그러진 영상은 어떤 공간이 아닌 인상파 화가의 캔버스를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사막의 뜨거운 열에 의해 빛이 타오르거나 끓어오르는 듯이 보인다.
위키백과에 아지랑이는 이런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지랑이는 햇빛이 강하게 쬐어 지면이 뜨겁게 달구어진 날,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여 먼 풍경이 지면 근처에서 아른거리며 보이는 대기속의 과학적 현상을 말한다. 주로 이른 봄이나 여름철의 맑은날 햇빛이 강하게 내리 쬘 때, 양지 바른 해안의 모래나 지붕, 도로, 초원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인 : 태양열로 인해 지표면 근처의 공기는 뜨거워지면서 팽창한다. 그러면 주위 공기보다 가벼워져 공기덩어리들이 상승하게 되고 그 빈 부분이 아직 가열되지 않은 찬 공기로 채워지게 된다. 빛은 공기의 밀도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면에서 급격히 대류하는 공기덩어리 사이를 통과하는 빛은 불규칙하게 굴절한다.
출처 : 아지랑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즉 공기의 밀도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빛의 굴절 역시 매우 빠른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란 안정된 공기의 움직임으로 인해 다행히 일그러짐 없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울과 같은 효과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검색해본 바 이것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가 없어 미술관에서의 추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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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사람은 비교적 선명히 보이지만 배경은 일렁이고 있고, 지평선 아래는 마치 거울처럼 지평선 위를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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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하늘 비롯한 지평선 상단의 모습이고, B는 그걸 반사하고 있는 아랫 부분이다. A부분도 약간의 일그러짐이 있는것을 알수 있는데, 즉 배경에서부터 사람 사이의 빛이 공기의 밀도가 바꿈에 따라 굴절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B부분, 즉 지표면과 가까운 부분은 더 뜨거울 것이고 더 많은 공기의 이동이 이루어져 훨씬 큰 공기의 굴절을 이루고 있어서 B부분의 빛이 카메라로 닿지 못하고 반사되어 A의 빛을 한번 더 반사시켜 우리 눈에 거울과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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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률을 붉은색으로 표현해보았는데, 지평선 위의 공기들은 보다 약한 굴절을 일으키고, 지표면 바로 위는 훨씬 많은 굴절을 일으키게 되는것 같다. 그 굴절은 사막에서 내가 내 발 밑을 못볼 정도까지는 아니고 아주 먼 거리에서 내 위치를 보았을 때 정도의 예각은 반사시킬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으로 마무리 해본다.

공기의 밀도의 변화로 빛을 이정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크게 놀란 경험이었다. 이걸 응용하면 공기의 벽을 만들어 빛을 반사시킬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려나. 한번 찾아봐야지. 자연의 신비에는 끝이 없지만 인간의 노력도 한계가 없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미술관다녀온지 이주만에 미루고 미뤄온 포스트 끗.